40대가 되면서 노후준비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준비라고 하면 주식, ETF, 연금저축, ISA 같은 투자만 떠올리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혹시 내가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것도 노후준비가 아닐까?’
그렇게 시작한 것이 로파이(Loafy)라는 빵지순례 서비스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몇 달 동안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퇴근 후와 주말 대부분을 개발에 쏟았고,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도 데이터도 모으고,
전국 빵집 데이터도 구축하고,
디자인도 수정하고,
기능도 계속 추가했다.
예전 같으면 아이디어로 끝났을 일들이 실제 서비스가 되어가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
이것만으로도 큰 경험이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로파이가 가장 크게 부딪힌 벽은 흔히 말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였다.
빵집 사장님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사용자가 별로 없는데 굳이 가입해서 우리 매장 정보를 관리해야 하나?”
반대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매장 정보가 빈약한데 굳이 가입해서 사용할 이유가 있나?”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사용자가 있어야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데이터가 있어야 사용자가 늘어난다.
이 단순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애초에 내가 틀린 가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빵집 후기를 열심히 작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부터도 그렇지 않았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은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그렇다고 모든 사용자가 후기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보기만 한다.
그런데 나는 작은 서비스에서 사람들에게 꾸준한 후기 작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낙관적인 가정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후기 대신
- 빵집 저장하기
- 방문한 매장 표시하기
처럼 훨씬 가벼운 행동만 요구하도록 바꿨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입 대비 가입률도 낮았고,
가입 이후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숫자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마음이었다
몇 주 동안 AI와 함께 수없이 기능을 개선했다.
클로드와 계속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화면을 수정하고 기능을 바꾸고 사용자 경험도 개선했다.
하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한때는 두통이 너무 심해서 며칠 동안 손을 놓아야 했을 정도였다.
서비스가 잘되지 않는 것도 힘들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더 힘들었다.
홍보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스레드를 통해 조금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빵 이야기를 올리면 반응도 있었고 유입도 생겼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계정이 영구 비활성화되었다.
이유는 ‘규정 위반’.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사실 두 번째였다.
홍보 채널 하나를 잃는다는 것이 이렇게 큰 타격일 줄은 몰랐다.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도 비용이다
사용자가 많아서 서버 비용이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검색엔진 크롤러들이 계속 방문하면서 무료 사용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Supabase에서는 무료 한도를 넘었다는 안내가 왔고,
Vercel에서도 무료 사용량 초과와 서비스 제한 안내가 도착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처럼 보였는데,
서비스가 커지지 않아도 유지 비용은 조금씩 발생한다는 현실을 체감했다.
‘계속 운영해야 하나?’
라는 고민도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어쩌면 이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사용자가 있어야 데이터가 생기고,
데이터가 있어야 사용자가 온다.
말은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이 순환을 처음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 시장을 뚫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망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물론 아쉬움은 크다.
시간도 많이 썼고,
에너지도 많이 썼고,
애정도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얻은 것도 정말 많다.
예전에는 머릿속 아이디어만 가득했던 사람이,
이제는 실제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 본 사람이 되었다.
AI 덕분에 개발이라는 벽도 훨씬 낮아졌고,
서비스를 만들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경험도 쌓았다.
이 경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애정이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마음도 남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도 올 것이다.
계속 운영할 것인지,
방향을 완전히 바꿀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종료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인지.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40대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지다.
노후준비는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