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를 해보려고 했는데, 공부할수록 더 어려워졌다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투자 아닐까?”

그동안 나는 적립식 자산배분을 중심으로 투자해왔다. 정해진 비중에 맞춰 ETF를 꾸준히 매수하는 방식이다. 특별히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쁜 사람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는 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월가의 영웅』을 읽다보니 조금 다른 종류의 투자에 관심이 생겼다. 내가 직접 기업을 찾아보고, 이런 질문을 하면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괜찮을까?”
“지금 가격은 적절한가?”
“내가 이 기업을 사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래서 가치투자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PER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데 무슨 가치투자인가

가치투자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들이 있다. PER, PBR, ROE, ROIC,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FCF……

처음에는 이런 숫자들을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PER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걸까?
ROE가 높으면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좋은 걸까?
성장률이 높은 기업은 비싸게 사도 괜찮은 걸까?

그리고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런 지표들을 전부 확인하면 정말 좋은 기업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기업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알아야 하고, 경쟁력이 있는지도 봐야 하고, 산업 자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인지, 경쟁사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부해야 할 것이 계속 늘어난다.


그래서 직접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기업 하나를 검색하면 가치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MVE 수익성 지표 화면. ROE 19.2%, ROA 14.6%를 같은 산업군 평균과 나란히 보여주고 내가 정한 기준을 통과했는지 표시한다.
MVE – 수익성 지표(ROE·ROA)와 내 기준 통과 여부
MVE 가격 지표 화면. PER 16.4배, PBR 2.9배를 같은 산업군 평균과 비교하고 내가 정한 기준에 미달한다고 표시한다.
MVE – 가격 지표(PER·PBR). 같은 화면에서 ‘내 기준 미달’로 걸러진다

지금은 이런 화면이다. ROE 19.2%, PER 16.4배 같은 숫자를 그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같은 산업군 평균과 나란히 놓고, 내가 미리 정해둔 기준에 걸어서 통과인지 미달인지 표시한다. 위 기업은 수익성(ROE 10% 이상)은 통과했지만 가격(PER 15배 이하)은 미달이다.

그런데 만들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 기업의 재무지표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업을 관심기업으로 저장하고, 왜 이 기업에 관심이 생겼는지 직접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삼성전자 관심”이라고 저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2026년 8월 6일에 삼성전자를 담으면서 적어둔 내용은 이렇다.

투자 아이디어 — AI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 데이터센터 추가 > 반도체 수요
이 생각을 다시 볼 조건 — 기술 발전으로 적은 반도체 또는 저렴한 반도체로 성능 발휘
다음 실적에서 확인할 것 — 매출, 영업이익
매수 기준가 25만원 · 목표가 40만원 · 2026년 4분기에 다시 보기

여기서 나에게 제일 중요한 칸은 매수 기준가나 목표가가 아니라 ‘이 생각을 다시 볼 조건’이다. 내 아이디어가 깨지는 조건을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결국 주가만 보고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내가 그때 어떤 생각으로 이 기업을 봤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투자에서 ‘왜 샀는가’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MVE 관심기업 기록 화면. 삼성전자를 담으면서 투자 아이디어, 이 생각을 다시 볼 조건, 다음 실적에서 확인할 것, 매수 기준가와 목표가를 적어두었다.
MVE – 관심기업에 남긴 실제 기록. 아이디어와 함께 ‘다시 볼 조건’을 적어둔다

주식을 사고 나면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샀는지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주가가 20% 올랐을 때도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30% 떨어지면 “역시 잘못 샀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건 결과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세웠던 투자 가설이 맞았는가? 이걸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앞으로 3년 동안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

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다면, 3년 뒤 주가가 올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매출이 성장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MVE에는 관심기업을 저장하면서 투자 이유와 생각을 기록하고, 나중에 회고할 수 있는 기능을 넣고 있다. 아직은 아주 초기 단계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시자료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치투자를 공부하다 보니 결국 공시자료를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사 앱에서 제공하는 요약된 숫자만 보는 것과 회사가 직접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MVE에서도 기업별 공시자료 목록을 가져와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국내는 DART, 미국은 EDGAR에서 가져온다. 같은 종류가 여러 건이면 하나로 묶어두었는데, 삼성전자는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만 282건이었다. 묶지 않으면 목록이 그것만으로 가득 찬다.

MVE 공시 화면. 국내 DART와 미국 EDGAR에서 가져온 공시를 같은 종류끼리 묶어 목록으로 보여주고, 펼치면 한 건씩 원문으로 갈 수 있다.
MVE – 공시 목록. 국내는 DART, 미국은 EDGAR 원문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사업보고서를 단순히 링크만 제공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 회사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직접 쓴 문장을 그대로 옮겨두고 있다. 요약하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화면에도 “MVE가 좋고 나쁨을 판정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어두었다.

MVE 사업 내용 화면.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직접 쓴 문장을 그대로 옮겨두고, MVE가 좋고 나쁨을 판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MVE – 회사가 밝힌 사업 내용. 회사가 쓴 문장을 그대로 옮기고 판정하지 않는다

처음 기업을 보는 사람에게는 재무지표보다 오히려 이게 먼저일 수도 있다. PER이 15라는 사실보다,

“그래서 이 회사는 도대체 뭘 해서 돈을 버는 회사인가?”

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네 개의 주요 지수부터 시작했다

일단 모든 기업을 다루는 것은 너무 범위가 넓어서, 현재는 다음 지수의 구성종목 850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만들고 있다.

  • 코스피 200
  • 코스닥 150
  • S&P 500
  • 나스닥 100

한국과 미국 시장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미국 기업도 같은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My Value Explorer 바로가기

물론 특정 기업의 매수나 매도를 추천하기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 나 역시 아직 가치투자를 공부하는 중이고, 이 도구 역시 내가 투자 판단을 하기 위해 만든 도구에 가깝다.


그런데 만들수록 이상한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MVE를 만들면 좋은 기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능을 하나씩 추가할수록 오히려 의문이 커졌다.

  • 재무지표를 더 넣었다
  • 사업보고서도 봐야 한다
  • 뉴스도 봐야 한다
  • 산업도 봐야 한다
  • 경쟁사도 봐야 한다
  • 기업의 성장성도 봐야 한다
  • 가격이 적절한지도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간단했던 기업 분석 화면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걸 다 보고 나면 내가 정말 좋은 기업을 골라낼 수 있는 건가?”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는 다르다

이건 가치투자를 공부하면서 점점 더 크게 느끼는 부분이다. 좋은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회사라도 너무 비싼 가격에 산다면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기업의 주가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기업의 가치현재 가격을 함께 봐야 한다. 그런데 그 가치를 계산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MVE를 만들면서 가장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수많은 지표를 계산하고, AI가 기업을 분석하고, 좋음·주의·위험 같은 등급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 기업이 좋은 투자라는 보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MVE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결국 판단은 내가 해야 한다. 오히려 AI가 “좋은 기업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왜?”라고 다시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MVE가 결론을 대신 내려주는 서비스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점도 보여주고, 나쁜 점도 보여주고, 확인해야 할 위험도 보여주고,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최종 판단은 내가 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MVE의 방향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만든 분석 기준으로 어떤 기업을 골랐는데 주가가 올랐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MVE가 좋은 기업을 찾아줬네.”

그런데 한두 번 맞은 것으로 정말 신뢰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반대로 한두 번 틀렸다고 해서 도구가 쓸모없다고 할 수도 없다. 투자는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것은 기록과 회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 기업을 좋게 봤는지 기록하고, 당시 어떤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남기고,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지난 뒤 실제 결과와 비교해보는 것.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가 어떤 기업을 잘 보는 사람인지”
“내가 어떤 판단에서 자주 실수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MVE가 찾아줘야 하는 것은 좋은 기업 자체가 아니라, 좋은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기능도 그 순서로 만들었다. 좋은 기업을 추천하는 기능이 아니라, 내 기준을 걸어두는 기능부터. 앞에서 본 화면에서 ROE 19.2%가 ‘내 기준 통과’, PER 16.4배가 ‘내 기준 미달’로 나온 것이 그 결과다. 통과와 미달을 정한 건 MVE가 아니라 나다.


아직은 만드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도 MVE를 계속 만들고 있다. 기능을 추가할수록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알수록 오히려 가치투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앱 하나 만들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내가 투자 공부를 하면서 생기는 질문들이 그대로 MVE의 기능이 되고 있다. PER을 공부하면 PER을 제대로 설명하는 기능을 만들게 되고, 사업보고서를 보다가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사업보고서 분석 기능을 고민하게 되고, 관심기업을 저장하면서 “내가 왜 이 회사를 좋아하지?”라는 질문이 생기면 투자 이유와 회고 기능을 만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MVE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투자 공부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MVE가 정말 좋은 기업을 찾아주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직 충분한 투자 기록도 없고, 충분한 검증 결과도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

“MVE를 사용하면 좋은 종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아직 내가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가치투자를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던 나에게는, 이런 도구가 필요했다.

기업을 검색하고, 사업을 이해하고, 재무지표를 확인하고, 공시자료를 찾아보고, 관심을 가진 이유를 기록하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돌아보는 것. 이 과정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My Value Explorer라고 지었다. 내가 기업의 가치를 탐험하는 도구.

아직 탐험 중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이 탐험 과정을 계속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거나 특정 기업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예시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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