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은 소비 하나를 취소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지름신의 등장
오늘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무신사 여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쿠폰을 적용하면 평소 눈여겨보던 아디다스 EVO SL을 14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가가 20만 원이 넘는 신발이니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사실 EVO SL은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던 러닝화였다.
게다가 현재 주력으로 신고 있는 조깅화는 어느덧 750km를 넘겼다.
러닝화 교체 시기를 생각하면 구매할 만한 명분도 충분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결제 화면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화장실이 살렸다
결제를 마치기 직전 잠시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필요한 걸까?”
생각보다 답은 빨리 나왔다.
아니다.
지금 내 신발장에는 러닝화가 충분하다.
새 신발이 당장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이번 구매의 이유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이것이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14만 원의 다른 얼굴
결제를 취소하려던 순간 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14만 원이면 ETF를 몇 주 살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7만 원이나 할인받았네.”
하지만 노후준비를 시작한 이후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할인 금액보다 실제 지출 금액이 먼저 보인다.
할인을 받았더라도 결국 내 계좌에서는 14만 원이 나간다.
14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 돈은 투자 계좌로 들어갈 수도 있고, 미래의 배당금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다음 달 초에는 뉴발란스 myNB 앱 포인트가 10만 포인트에 도달한다.
10만 포인트를 달성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20만 원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10만 원 할인쿠폰.
만약 정말 러닝화가 필요해진다면 그때 구매해도 충분하다.
즉,
- 지금 EVO SL을 사야 할 이유는 없고
- 러닝화는 이미 충분하며
- 다음 달에는 더 좋은 혜택도 기다리고 있다
급하게 결제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주문 취소 버튼을 누르며
결국 주문을 취소했다.
신기하게도 아쉬움보다 홀가분함이 더 컸다.
예전 같았으면 놓친 할인 기회가 계속 생각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14만 원을 벌었다는 기분이었다.
물론 실제로 돈을 번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막았다는 점에서는 같은 효과라고 생각한다.
노후준비는 이런 것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노후준비라고 하면
- 높은 수익률
- 좋은 종목 선정
- 투자 전략
같은 것들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요즘 다른 생각을 한다.
노후준비의 시작은 투자보다 소비에 있을 수도 있다고.
한 번의 충동구매를 참는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된다면 결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오늘의 결론
오늘 나는 러닝화를 사지 않았다.
대신 미래의 자산을 선택했다.
14만 원짜리 소비를 취소한 하루.
어쩌면 이런 평범한 결정들이 모여서 10년 뒤, 20년 뒤의 노후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흔이 되어 느끼는 것은 하나다.
할인을 받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 필요한 소비인지 묻는 것이다.
오늘의 주문 취소는 단순히 신발 한 켤레를 포기한 일이 아니었다.
소비보다 자산을 우선하는 습관을 선택한 하루였다.